독감약 먹기 싫어하는 아이엔 '페라미플루' 주사

입력 2021-11-05 16:56   수정 2021-11-06 00:12

약이라면 도통 먹으려고 하지 않는 어린아이를 둔 부모들에게 희소식입니다. 정맥주사용 독감치료제인 ‘페라미플루’(녹십자·사진)의 투약 가능 연령이 기존 만 2세 이상에서 생후 6개월 이상으로 확대됐습니다. 지금까진 독감에 걸린 만 2세 이하 영유아에겐 하루에 두 번씩 5일 동안 알약인 ‘타미플루’(로슈) 처방이 유일한 선택지였습니다. 이번 페라미플루의 투약 연령층 확대로 먹는 약뿐 아니라 주사제로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입니다.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저격’하는 항바이러스제로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진 약은 타미플루입니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유행 당시 치료제로 사람들에게 각인된 덕분일 겁니다. 알약 형태의 먹는 약이기 때문에 복용도 편합니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선 정맥주사제인 페라미플루 선호도가 만만치 않습니다. 제약업계 처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타미플루와 페라미플루의 처방액은 각각 40억7500만원과 40억5800만원이었습니다(제네릭 제외). 올해 상반기엔 7400만원(타미플루)과 8200만원(페라미플루)으로 페라미플루가 타미플루를 앞질렀습니다.

여담으로 지난해에 비해 독감치료제 처방액이 큰 폭으로 감소한 까닭은 코로나19 유행으로 마스크를 쓰는 일이 일상화되고, 손씻기 등 개인위생에 힘쓰면서 독감이 유행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처방액 또한 2019년과 비교하면 57%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마스크 쓰기와 손씻기가 감염병에 안 걸리는 최선책이라는 것을 이 데이터가 다시 한번 보여주는 셈입니다.

페라미플루의 투약 연령대가 낮아진 까닭은 약을 개발한 회사 바이오크리스트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대상으로 영유아에서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했기 때문입니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생후 6개월 이상 영유아에 대한 페라미플루의 투여를 허가한 것도 FDA 승인에 따른 것이죠.

두 약의 작용기전을 볼까요. 타미플루의 성분은 오셀타미비르인산염이며 페라미플루의 성분은 페라미비르수화물입니다. 모두 인플루엔자에 대항하는 항바이러스제며, 작용기전은 거의 같습니다. 두 성분 모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뉴라미니데이즈’라는 효소를 억제합니다. 숙주가 된 사람의 세포에 침입해 스스로를 복제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뉴라미니데이즈 효소를 이용해 세포막을 뚫고 나옵니다. 타미플루와 페라미플루는 뉴라미니데이즈 효소 작용을 막아 바이러스가 세포 내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가둬버립니다.

이런 치료 기전 때문에 타미플루와 페라미플루는 모두 독감 증상이 발생한 뒤 48시간 내에 복용 또는 투약해야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가 세를 불리기 전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 이를 차단하는 것이죠. 전쟁에서 적의 보급로를 끊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생후 6개월 이상 영유아에게 어떤 약을 쓸지는 이제 부모와 의료진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타미플루는 생후 2주가 된 신생아도 사용할 수 있고, 영유아가 복용이 쉽도록 알약 말고 가루 형태로도 나옵니다. 하지만 아이에 따라 매일 약을 두 차례씩 먹이는 게 곤욕이라면 ‘주사 한 방’으로 해결하는 페라미플루가 답이 될 수 있습니다.

끝으로 두 약의 중요한 차이점 하나. 타미플루는 건강보험이 되지만 페라미플루는 비급여 의약품입니다. 타미플루는 보험 혜택을 받아 5일치 약값이 1만원이 안되지만 페라미플루는 8만원 안팎입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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